이슬 맺힌 아침

이슬 맺힌 아침

  • 2025. 3. 10.

    by. 이슬 맺힌 아침

    목차

      패스워드 없는 로그인 시대 – 생체인식과 보안 기술의 변화

      패스워드 없는 로그인 개념과 기존 비밀번호의 문제점

      패스워드 없는 로그인은 사용자가 더 이상 기억하거나 입력해야 할 비밀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인증 방식을 가리킨다. 보통 웹사이트나 앱에 접속할 때마다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이 전통적 방법은 편의성과 보안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우선 사람들은 여러 사이트에서 같은 비밀번호를 재사용하기 쉬운데, 하나의 사이트가 해킹당해 유출되면 다른 사이트도 줄줄이 뚫릴 수 있다는 취약점이 발생한다. 또 복잡하고 긴 비밀번호를 설정하더라도 수십 개, 수백 개의 계정을 모두 기억하기 어려워서, 결국 메모하거나 브라우저에 자동 저장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역시 안전하다고 보기 힘들다. 기업 입장에서도 비밀번호를 해시 형태로 저장하고 주기적으로 변경을 요구하는 등 관리 비용이 증가하며, 사용자들이 비밀번호 분실로 헬프데스크에 문의하는 일이 잦아지면 지원 비용도 커진다. 게다가 피싱, 키로거, 크리덴셜 스터핑 같은 공격이 성행하면서 비밀번호 자체가 보안의 가장 약한 고리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 FIDO(Fast IDentity Online) 얼라이언스나 주요 IT 기업들이 “패스워드 없는 미래”를 주장하고, 생체인식이나 일회용 토큰, 기기 인증 등을 결합해 비밀번호 입력 과정을 완전히 없애려는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사용자는 로그인 시 무언가 입력하는 대신, 손가락을 터치하거나 카메라 앞에 서거나 모바일 기기를 승인하는 절차만으로 인증을 완료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생체인식 기술의 부상과 사용자 경험 변화

      패스워드 없는 로그인 시대를 구현하는 대표적 방법은 생체인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문, 얼굴, 홍채, 음성, 정맥, 심지어 심박 패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고유 특징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고 이를 인증 요소로 쓰는 방식이 대중화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지문 인식과 얼굴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모바일 결제나 앱 접속 시 별도의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빠르고 편리하게 인증할 수 있게 되었고, 노트북이나 태블릿에서도 윈도우 헬로(Windows Hello), 맥의 터치ID 등으로 이 같은 흐름이 확산되었다. 생체인식은 사용자마다 물리적으로 고유한 데이터를 쓰므로, 유출되거나 복사당하기 어려운 강력한 보안 요소라는 장점이 있다. 사용성 측면에서도, 단지 손가락을 댄다거나 카메라 앞에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 로그인 절차가 끝나니, 기억해야 할 비밀번호가 없고 입력할 필요도 없어 편리하다.

      다만 생체인식에도 특정 문제들이 있다. 먼저 복제가 어렵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만약 지문이나 얼굴 데이터가 해킹으로 유출된다면 사용자는 한 번 유출된 생체 정보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최근에는 실제 사용자가 살아 있는지(라이브니스, Liveness)를 판별하는 추가 기술과, 생체 정보 원본을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기기 내부의 보안 영역에서만 관리하는 방안 등을 결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문 데이터는 기기의 Secure Enclave나 TPM에 암호화된 형태로 보관되고, 실제 지문 이미지는 외부로 보내지 않으며, 인증 시에는 기기 내부에서만 매칭이 이뤄진다. 또한 얼굴 인식의 경우 조명·각도·마스크 등에 대한 인식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초광각 카메라나 적외선 센서 등 추가 하드웨어를 도입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생체인식이 편리함과 보안을 동시에 구현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운영체제 레벨에서 정교하게 통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기 인증과 패스키(passkey) 방식의 표준화

      패스워드 없는 로그인은 생체인식 외에도, 사용자가 소유한 기기를 인증 수단으로 삼는 모델이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개인 인증 장치가 되어, 웹사이트나 앱에 로그인하려 할 때 PC 화면에는 “이 계정에 로그인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만 띄우고, 실질 인증은 스마트폰에서 생체인식(지문·얼굴·PIN)을 통과하면 승인되는 형태다. 일단 스마트폰이 신뢰된 기기임을 서버가 인식하면, 추가로 비밀번호를 물을 필요가 없게 된다. FIDO 얼라이언스가 추진하는 WebAuthn, CTAP2 등의 표준은 이런 구조를 인터넷 전반에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 화제가 된 패스키(passkey)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함께 도입하기로 한 새로운 로그인 방식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사용자 단말에 생성된 암호 키 쌍(public/private)이 로그인 프로세스를 처리한다. 사용자는 생체인식이나 단말 PIN으로 본인을 확인하면, 기기 내부에서 비공개 키를 사용해 서버 요청에 서명해 보내는 식이다. 서버엔 공개 키만 저장돼 있어, 기존처럼 해킹으로 ‘비밀번호 해시’가 유출될 일이 없고, 사용자 측도 비밀번호 관리 부담이 사라진다. 더욱이 패스키를 클라우드 동기화하면 여러 기기에서 동일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지만, 물리적인 기기 분실 시에는 별도의 복구 과정을 거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런 메커니즘이 정착되면, 웹 서비스들에서 점차 비밀번호 입력 칸이 사라지고 “패스키로 로그인” 버튼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패스워드 없는 로그인 시대의 전망과 과제

      물론 패스워드가 단숨에 사라지긴 어려울 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웹사이트와 기업 내부 시스템이 이미 전통 비밀번호 방식을 쓰고 있고, 레거시 소프트웨어나 사내 인프라를 한꺼번에 개편하기란 만만치 않다. 사용자들도 오랫동안 비밀번호 입력에 익숙해져 있고, 생체인식이나 기기 인증을 낯설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PC에서 지문이나 얼굴 인식이 기본 기능으로 자리 잡고, 거기에 FIDO 표준이나 패스키가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패스워드 없는 환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임직원 로그인을 패스워드+OTP에서 MFA(다중 인증)나 생체인식 기반으로 바꾸면서 생산성과 보안을 동시에 높이려 하고, 은행이나 전자상거래 사이트도 패스키를 지원해 계정 탈취 위험을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고 생체인식이나 기기 인증이 완벽하진 않다. 기기를 분실하거나 해킹당했을 때, 부정 사용을 막으려면 어떤 복구 절차를 둘지, 사용자 개인 정보(지문·안면 데이터)를 어디까지 수집·저장할지, 혹은 AI 기반 공격자가 얼굴 영상을 합성해 인증을 우회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 여러 가지 이슈가 제기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안 업계는 “비밀번호가 보안의 약한 고리”라는 점에 공감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대안 기술이 등장함으로써 보안 수준을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궁극적으로는 “사용자 경험 개선”과 “보안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패스워드 없는 로그인 시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서비스 운영자들도 이에 맞춰 인증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기존 계정 관리를 점진적으로 대체하게 될 것이다.